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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Interest/book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책은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도끼다!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책은 도끼다』. 이 책은 ‘책 들여다보기’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저자의 강독회를 책으로 정리한 것으로, 인문학으로 광고하는 박웅현이 자신만의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성을 깨운 책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아이디어의 밑바탕이 되어준 감동을 준 문장에 줄을 치고 옮겨 적는 자신만의 독법으로 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고은의 <순간의 꽃>,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시집에서부터 인문과학 서적까지 다양한 부야의 책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강독회의 현장감 또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 박웅현은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뉴욕 대학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의 ECD로 일하고 있으며 칸국제광고제,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대표적인 카피 또는 캠페인으로 〈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지킬 것을 지켜가는 남자〉〈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사람을 향합니다〉〈생각이 에너지다〉〈진심이 짓는다〉, KTF〈잘 자, 내 꿈 꿔!〉캠페인, 던킨도너츠〈커피 앤 도넛〉, SK 텔레콤〈생활의 중심〉캠페인, 네이버〈세상의 모든 지식〉캠페인 들이 있으며, 저서로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등이 있다.

강의를 시작하며

1강 시작은 울림이다
- 이철수 판화집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 『마른 풀의 노래』
최인훈 『광장』 이오덕 『나도 쓸모 있을 걸』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 김훈 『자전거 여행』 1,. 2 『바다의 기별』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푸르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4강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 고은 『순간의 꽃』,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5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알베르 카뮈 『이방인』, 장 그르니에 『섬』

6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8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 오주석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
법정 『살아 있는 것들은 다 행복하라』 『산에는 꽃이 피네』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강의 후기

울림의 공유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콩나물 줄기 속에 물기가 가득하구나!””
“단풍잎의 전성기는 연두색이구나!””
“그 사람의 그 표정이 그런 의미였구나!””


그 예민해진 촉수가 내 생업을 도왔다. 많은 경우, 광고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회의실에서 예민해진 촉수는 내가 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문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은 나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했다. 신록新綠에 몸을 떨었고, 빗방울의 연주에 흥이 났다. 남들의 행동에 좀더 관대해졌고, 늘어나는 주름살이 편안해졌다.
머릿속 도끼질의 흔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1년 2월 12일부터 6월 25일까지 강독회를 진행하게 됐고, 학생들과 삼 주마다 한 번씩 토요일에 만났다. 냉정한 겨울에서 찬란한 봄을 거쳐 맹렬한 초여름까지, 나의 도끼였던 책들과 나의 독법讀法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어차피 독법에 정답은 있을 수 없는 것. 그저 나의 독법일 뿐이었다. 종이 낭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무릅쓰고 그 강독을 이렇게 책으로 묶어내는 이유는, 이 책이 다른 책으로 가는 다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의 도끼였던 책들을 독자 제현諸賢에게 팔아보고자 하는 의도. 결국, 나는 광고인이니까.

- 저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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