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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Architecture/fun news

런던에서 열린 한국 건축가展 '일상을 넘어'

 

[런던에서 열린 한국 건축가展 '일상을 넘어']

순댓국밥집 리뉴얼·뽁뽁이 지붕… 척박한 환경서 만든 색다른 건축
"저비용·새로운 소재로 현실 돌파… 韓 젊은 건축가, 英 자성 일으켜"

"아키그램(1960년대 실험적 영국 건축 집단) 건축가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유토피아를 고민하며 담론을 이끌어냈습니다.
한국 젊은 건축가들 역시 규모는 작지만 공공성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를 하네요.
그에 비해 요즘 영국 젊은 건축가들은 그저 안정만을 취하려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1년에 학비 9000파운드(약 1500만원)를 내요. 졸업과 동시에 빚더미에 앉는 겁니다. 이런 상황인데 우리더러 비겁하다고 말하는 건 가혹하지 않나요?"

 


 

지난 7일(현지 시각) 런던 올게이트에 있는 카스(CASS) 뱅크 갤러리에서 열린 건축 워크숍.
이 시대 젊은 건축가의 역할을 두고 로버트 뮬 런던 메트로폴리탄대학교 건축대 학장과 건축학도 사이에 뜨거운 설전(舌戰)이 오갔다.  세계 건축 흐름을 주도하는 런던 한복판에서 영국 신·구(新舊) 건축계의 논쟁을 점화한 계기는 지난 5일 이곳에서 시작한 한국 건축전 'Out of the Ordinary(일상을 넘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새건축사협의회 주최로 열린 이 전시엔 임영환·김선현(디림건축), 신혜원(로컬디자인), 장영철·전숙희(와이즈건축), 김창균(유타건축), 임지택(이애오건축), 최성희·로랑 페레이라(최-페레이라 건축) 등 문화부가 주는 '젊은 건축가상'을 탄 국내 건축가 9팀의 작업이 소개됐다.

'한국'이라는 간판을 내건 대부분의 해외 전시가 '한국미'에 초점을 둔 홍보용에 그칠 때가 많은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 전시는 저성장·고비용 사회로 고속 편입한 한국에서 젊은 건축가가 지닌 고민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뒀다.
한국 유명 건축가의 대표작이 아니라 젊은 건축가가 척박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얻은 소소한 프로젝트가 걸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획을 맡은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배형민 교수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젊은 건축가들이 실험적인 작품으로 현실을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했다.

단열용 '뽁뽁이' 25장을 겹쳐 지붕 재료를 만든 초저예산 프로젝트와 순댓국밥집 리노베이션(제이와이아키텍츠 원유민·조장희·안현희), 빌딩 외벽을 이루는 800여개의 패널을 일일이 용접으로 이어붙여 만든 용인 헤르마 주차 빌딩(조호건축 이정훈), 폐교를 문화센터로 바꾼 '청산도 프로젝트'(오우재 김주경·최교식) 등이 선보였다.

 

여기에 한국의 인구 변동, 주택공급률 등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을 곁들여 건축 환경을 자연스레 보여줬다.
와이즈건축 전숙희 대표는 "1970년대생, 90년대 학번으로 유학 경험이 있는 젊은 건축가들이 거대한 담론보다는 일상적인 건축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현상을 반영한 것 같다"고 했다.

 

 

작지만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5일 있었던 오프닝엔 건축계 인사 250여명이 모여 발 디딜 틈 없었다.
특히 저성장·고실업에 시달리는 영국 젊은이들에게 공감대와 자성을 불러일으켰다. 메트로폴리탄대 건축대 학생 앤드루 스컬리나씨는 "저비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하는 모습이 흥미롭다"고 했다. 유명 건축잡지 디진(Dezeen)의 올리비아 뮬 기자는 "단독주택 붐, 도시 재생 등 한국의 전반적인 건축 지형을 알 수 있는 기회"라고 평했다.

기획자인 배형민 교수가 지난해 베네치아 건축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탄 한국관 큐레이터란 사실 때문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덴마크에서 전시를 보러 온 건축잡지 'B'의 길버트 한센 편집장은 "지난해 비엔날레 이후 한국 건축에 관한 유럽의 관심이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젊은 세대의 다양한 건축 시도가 정체된 서구 건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