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는 ‘모더니즘 디자인 혁신’의 대표선수였다. 동네 수퍼마켓이나 카페에 널린 플라스틱 의자도 알고 보면 족보가 있고, 역사가 있다. 이런 의자 스토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독일의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기획한 ‘디자인의 여러 차원들: 클래식 의자 100선전’이다. 18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디자인의 폭발기’에 만들어진 역사적인 의자들이 실제의 6분의 1 크기로 제작된 미니어처 작품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의자는 ‘디자인 혁신’의 산물이다. 의자는, ‘가구는 나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스틸 등 소재의 혁신에서 시작해 네 개의 발이 받치고 있던 형태마저 파괴하며 가구를 기존의 틀에서 해방시킨 선구자였다. 20세기 수많은 천재 디자이너들은 저마다 기념비적인 의자 디자인을 내놨다. 이 의자들은 모방과 복제를 거쳐 일상 속의 의자로 우리 생활에 들어왔다. 지금 우리 주변을 채우는 모든 의자는 하나의 천재적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복제품들이거나 그 자식들이다.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평범한 나무 걸상부터 회의실 회전의자, 어지간한 ‘가든’이나 카페마다 널린 플라스틱 의자까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의자들에도 ‘족보’가 있다.
이제 일가를 이룬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만든 의자들은 소유주의 취향과 품격을 드러내는 오브제가 됐다. 한 예로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아이패드를 발표하던 날 무대 위엔 천재 건축가로 이름 날렸던 르 코르뷔제의 1인용 가죽 소파가 유일한 소품으로 함께 올랐다. 1928년에 만들어진 그 의자는 오늘날의 아이패드를 능가하는 ‘당대의 모던’이었다. ‘LC2 그랑 콩포르’란 이름에 걸맞게 완전한 사각의 형태에 구조적인 철제 프레임을 갖췄고, 푹신한 가죽 쿠션이 만들어내는 중후한 아우라가 더해져 지금 봐도 여전히 품위 있고 모던하다. 그 의자는 잡스의 성말라 뵈는 외모를 보완하는 소품이자 완벽하게 계산된 프레젠테이터였다. 시대를 초월한 천재들끼리의 ‘교감’을 주선한 ‘영매(靈媒)’이기도 했다.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의 플라스틱 의자, 조지 나카시마의 선(禪) 의자 등 시대를 넘어 21세기까지 영감을 주는 의자 디자인은 넘친다. 이런 의자들이 수없이 카피되면서, 보통 사람들은 원적지를 어느 플라스틱 공장의 사출기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이태원에 들어선 한 부티크 호텔에도, 어느 통신 대기업이 만든 디자인 쇼룸에도 짝퉁 의자들이 떳떳하게 공간을 채웠다. 뒤늦게 이를 안 의자들의 ‘가문’에서 문제제기를 했을 정도다.
명품백 로고뿐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용품 디자인의 본향을 아는 것도 ‘디자인 강국’ 교양 있는 시민의 일이다. 의자들의 역사를 알고 나면 무심히 엉덩이를 걸쳤던 의자들이 다르게 보일 거다.
모더니즘 의자의 혁신 키워드 셋
구조 혁신 장식 걷어내며 값싸고 단순하게
모더니즘이 탄생한 20세기 초, 의자들은 비로소 장식에서 벗어났다. 바로크와 로코코 의자들이 네 발과 등받이-좌판-팔걸이로 이뤄진 기본 구조를 유지한 채 다리의 조각이나 등판의 휘어짐 등 기교에 힘썼던 것과 달리, 모더니즘 의자들은 다리의 개수부터 전체적인 형태까지 완전히 새로운 실험을 했다. 단순히 장식만을 걷어낸 것이 아니라 ‘의자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비롯된 진짜 혁신이었다. 한 다리만으로 체중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구조가 고안됐고, 세 다리나 여덟 다리 같은 개수의 변화, 하나의 관이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일체형 다리 등이 시도됐다. 무엇보다 한두 사람의 귀족만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좋은 의자를 공급하고자 했던 모더니스트들의 이상이 반영됐다. 더 값싸고 더 단순하며 더 아름다운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네 초·중·고 교실마다 무심하게 놓여 있는 걸상이 대표적이다. 1930년 장 푸르베가 만든 이 단순한 디자인은 이름 그대로 ‘스탠더드 체어’가 됐다. 엉덩이를 받치는 좌판 하나에 등받이 하나, 다리 네 개가 뭐 그리 혁신적인 것이냐고 하겠지만, 그 전까지의 의자들은 지나치게 장식적이고 거대해 실용적이지 못했다. 모더니스트 푸르베는 스틸을 활용해 형태를 단순화했다. 의자의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앴다. 자동차의 대량생산 시대를 연 포드처럼 의자에도 디자인의 혁신을 일으킨 것이다. 첫 시도는 전설이 됐다. 갤러리 서미 관계자는 “푸르베의 빈티지 체어는 안목 있는 사모님들의 수집 대상”이라고 전했다.
소재 혁신 나무·천에서 플라스틱·섬유유리로
20세기 중반 플라스틱과 섬유유리라는 신소재가 디자인의 영역으로 넘어오자 이 같은 실험엔 가속도가 붙었다. 기존의 나무와 천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유기적인 의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플라스틱은 한번 금형을 만들면 끊임없는 자기복제가 가능했다. 추상 조각처럼 독창적이면서도 판화처럼 값싼 의자들이 가정과 직장의 풍경을 완성했다.
건축가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가 1940년~50년대 만든 플라스틱 의자는 하나의 혁명이었다. 등판과 손잡이, 좌판이 모두 연결된 의자들은 한 마리 새처럼 미끈했다.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임스체어’들은 21세기 한국의 수많은 가든에 복제품을 뿌려놓았다. 세계 최초의 일체형 의자인 베르너 팬톤의 플라스틱 의자들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한 카페마다 깔린 빨갛고 파란 팬톤 체어는 의자가 어디까지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줬다.
디자인 혁신 앉는 의자 넘어 보는 의자까지
이런 의자들은 20세기 디자인 아이콘의 자리에 올랐다. 비트라는 인하우스 디자이너 없이 독자적인 디자이너들과 각각 계약해 20세기 디자인을 완성하고 수집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로비 하우스 1’로부터 시작해 프랭크 게리의 ‘위글 사이드 체어’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건축의 아버지’들도 자신의 조형 세계를 의자를 통해 압축해 보여줬다. 아르네 야콥센의 ‘개미 의자’나 론 아라드의 ‘웰 템퍼드 체어’, 필립 스탁의 ‘W. W. 스툴’같은 20세기 중·후반의 ‘수퍼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앉기 위한 의자를 넘어 보기 위한 의자였다. 이런 바탕 위에서 볼 의자, 입술 의자 같은 다양한 실험이 허용됐다. 이처럼 의자의 변천 과정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진화 과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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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의자는 ‘디자인 혁신’의 산물이다. 의자는, ‘가구는 나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스틸 등 소재의 혁신에서 시작해 네 개의 발이 받치고 있던 형태마저 파괴하며 가구를 기존의 틀에서 해방시킨 선구자였다. 20세기 수많은 천재 디자이너들은 저마다 기념비적인 의자 디자인을 내놨다. 이 의자들은 모방과 복제를 거쳐 일상 속의 의자로 우리 생활에 들어왔다. 지금 우리 주변을 채우는 모든 의자는 하나의 천재적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복제품들이거나 그 자식들이다.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평범한 나무 걸상부터 회의실 회전의자, 어지간한 ‘가든’이나 카페마다 널린 플라스틱 의자까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의자들에도 ‘족보’가 있다.
스티브 잡스는 올 초 르 코르뷔제 의자에 앉아 아이패드를 발표했다. | |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의 플라스틱 의자, 조지 나카시마의 선(禪) 의자 등 시대를 넘어 21세기까지 영감을 주는 의자 디자인은 넘친다. 이런 의자들이 수없이 카피되면서, 보통 사람들은 원적지를 어느 플라스틱 공장의 사출기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이태원에 들어선 한 부티크 호텔에도, 어느 통신 대기업이 만든 디자인 쇼룸에도 짝퉁 의자들이 떳떳하게 공간을 채웠다. 뒤늦게 이를 안 의자들의 ‘가문’에서 문제제기를 했을 정도다.
명품백 로고뿐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용품 디자인의 본향을 아는 것도 ‘디자인 강국’ 교양 있는 시민의 일이다. 의자들의 역사를 알고 나면 무심히 엉덩이를 걸쳤던 의자들이 다르게 보일 거다.
모더니즘 의자의 혁신 키워드 셋
구조 혁신 장식 걷어내며 값싸고 단순하게
모더니즘이 탄생한 20세기 초, 의자들은 비로소 장식에서 벗어났다. 바로크와 로코코 의자들이 네 발과 등받이-좌판-팔걸이로 이뤄진 기본 구조를 유지한 채 다리의 조각이나 등판의 휘어짐 등 기교에 힘썼던 것과 달리, 모더니즘 의자들은 다리의 개수부터 전체적인 형태까지 완전히 새로운 실험을 했다. 단순히 장식만을 걷어낸 것이 아니라 ‘의자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비롯된 진짜 혁신이었다. 한 다리만으로 체중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구조가 고안됐고, 세 다리나 여덟 다리 같은 개수의 변화, 하나의 관이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일체형 다리 등이 시도됐다. 무엇보다 한두 사람의 귀족만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좋은 의자를 공급하고자 했던 모더니스트들의 이상이 반영됐다. 더 값싸고 더 단순하며 더 아름다운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네 초·중·고 교실마다 무심하게 놓여 있는 걸상이 대표적이다. 1930년 장 푸르베가 만든 이 단순한 디자인은 이름 그대로 ‘스탠더드 체어’가 됐다. 엉덩이를 받치는 좌판 하나에 등받이 하나, 다리 네 개가 뭐 그리 혁신적인 것이냐고 하겠지만, 그 전까지의 의자들은 지나치게 장식적이고 거대해 실용적이지 못했다. 모더니스트 푸르베는 스틸을 활용해 형태를 단순화했다. 의자의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앴다. 자동차의 대량생산 시대를 연 포드처럼 의자에도 디자인의 혁신을 일으킨 것이다. 첫 시도는 전설이 됐다. 갤러리 서미 관계자는 “푸르베의 빈티지 체어는 안목 있는 사모님들의 수집 대상”이라고 전했다.
소재 혁신 나무·천에서 플라스틱·섬유유리로
20세기 중반 플라스틱과 섬유유리라는 신소재가 디자인의 영역으로 넘어오자 이 같은 실험엔 가속도가 붙었다. 기존의 나무와 천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유기적인 의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플라스틱은 한번 금형을 만들면 끊임없는 자기복제가 가능했다. 추상 조각처럼 독창적이면서도 판화처럼 값싼 의자들이 가정과 직장의 풍경을 완성했다.
건축가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가 1940년~50년대 만든 플라스틱 의자는 하나의 혁명이었다. 등판과 손잡이, 좌판이 모두 연결된 의자들은 한 마리 새처럼 미끈했다.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임스체어’들은 21세기 한국의 수많은 가든에 복제품을 뿌려놓았다. 세계 최초의 일체형 의자인 베르너 팬톤의 플라스틱 의자들도 마찬가지다. 어지간한 카페마다 깔린 빨갛고 파란 팬톤 체어는 의자가 어디까지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줬다.
디자인 혁신 앉는 의자 넘어 보는 의자까지
이런 의자들은 20세기 디자인 아이콘의 자리에 올랐다. 비트라는 인하우스 디자이너 없이 독자적인 디자이너들과 각각 계약해 20세기 디자인을 완성하고 수집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로비 하우스 1’로부터 시작해 프랭크 게리의 ‘위글 사이드 체어’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건축의 아버지’들도 자신의 조형 세계를 의자를 통해 압축해 보여줬다. 아르네 야콥센의 ‘개미 의자’나 론 아라드의 ‘웰 템퍼드 체어’, 필립 스탁의 ‘W. W. 스툴’같은 20세기 중·후반의 ‘수퍼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앉기 위한 의자를 넘어 보기 위한 의자였다. 이런 바탕 위에서 볼 의자, 입술 의자 같은 다양한 실험이 허용됐다. 이처럼 의자의 변천 과정은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진화 과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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