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면 천국이 있고, 그 위엔 천사가 있다."
mr.FUNdamental
<홀리시티 2011> 작가의 말
2008년 아파트와 대형 교회의 사진을 찍어서 <홀리시티>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대형 교회와 고층 아파트라는 거대 건축물의 위용을 '대형' 카메라로 기록한 작업이었다.
한국에서 아파트가 단지 편리한 주거공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라고도 불릴 만큼 한국의 아파트 현상은 문화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교육 등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도시민에게 아파트는 아주 손쉬운 재산증식의 방편이며, 신분상승의 표식이다. 게다가 아파트의 이미지는 시각적으로도 매우 압도적이다.
대형교회 예배당 내부를 촬영한 이미지 역시 의미있는 볼거리를 주었는데 나는 그 이미지들이 한국 사회의 어떤 단면을 독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교회의 친자본주의적인 성격은 매우 선정적인 기복신앙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아파트 소유에 대한 열망을 정당화 시켜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왜냐면 사람들은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아도 걱정이지만,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는 것도 께름칙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교회에 가서 목사들의 설교를 듣다보면 아파트 가격을 하나님이 좌지우지 하신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즉, 투자를 했던 투기를 했던 나는 그 실과를 따 먹기만 할 뿐이고 그에 대한 아무런 책임은 없는 것이다. 무엇이든 구하면 반드시 이루어지며, 구입하면 반드시 오른다는 것이 요즘 한국의 대형교회에서 유통되는 진리이다. 그래서 나는 아파트와 교회가 우리사회의 물신성을 구축하는 동반자의 관계라고 보았다. 그러고 보면 예배당도 아파트도 참 편리한 물건이다. 둘 다 요술 방망이 같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 나는 다시 <홀리시티 2011>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한다. 이번 전시는 전국의 네티즌들이 찍어 보내온 1000장의 김밥천국 사진으로 구성된 <김밥천국>, 가게 주인의 얼굴 증명사진을 간판에 붙여놓은 것을 찾아다니며 찍은 <상인들>, 기독교 유선 방송국의 설교방송장면을 찍은 <목사들> 등 3부작으로 구성하였다.
우리사회에서 유기농, 녹즙, 생식, 웰빙 이런 말들이 유행할 무렵 전국 방방곡곡에 임한 1000원 짜리 김밥천국의 도래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고작 1000원으로 얻을 수 있는 작은 천국을 기뻐해야할지, 아니면 천원으로 끼니를 떼우는 천국을 슬퍼해야 할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는다. 성경 속 <천국의 비유>처럼 무척 아리송하다. 도시의 밤풍경을 찍은 차주용 작가의 사진을 보면 예배당의 붉은 십자가가 패밀리마트 만큼이나 많지만 한국은 여전히 OECD 천국부족 국가인가 보다.
오늘 길에서 영업사원 같은 사람들이 나누어 주는 휴대용 화장지를 2개 받았다. 집에 와서 살펴보니 하나는 아파트 분양광고이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동네 초대형 교회의 선전물이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낮이나 밤이나 텔레비젼에서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을 수 있고, 교회는 상업적인 디자인의 간판을 달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하철이나 버스 내부에도 교인 모집 광고를 붙인다. 이제 한국에서는 목사가 거의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선 것 같다.
상인들의 얼굴에서도 읽을거리는 많다. 간판 속의 사진들은 간판 용도에 맞게 따로 촬영한 경우보다는 주민등록증이나 여권에 붙였음직한 사진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가 식별의 용도로 요구한 사진을 전혀 다른 맥락에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 속 얼굴의 표정과 생김새는 다양하지만 각각의 사진속 인물들은 한결 같이 힘들어 보인다. 한국은 유난히 자영업 비율이 높은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자영업에 대한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되어 세금회피가 쉽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자영업의 천국인가? 아닌 것 같다. 과당 경쟁과 대기업의 공세에 시달린 상인들의 얼굴은 한국이 자영업자의 무덤이라고 증언하는 것 같다. 어쩌면 자영업이야 말로 우리 사회를 뒷받힘 하는 퇴비 중에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자영업자들의 간판투쟁은 주목투쟁이요 생존투쟁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결투쟁이 아닌 치열한 각개전투의 현장. 바로 단골 확보를 위한 단골투쟁이다.
네티즌들이 찍어서 보내온 1000장의 김밥천국 사진이 나의 전시를 풍성하게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전시를 연다고 해서 천국이 임하는 것도 아니고,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의 마음 또한 천국처럼 풍성해지지도 않을 것이다. 도리어 관객들은 천국을 매개로 벌어지는 우리사회의 종교상업주의 혹은 종교적 상업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고자질을 듣고 인상을 찌뿌리거나 골치가 아프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인의 상처를 들쑤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홀리시티가 홀리는 시티가 되어 사람을 잡아먹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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