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사진 1 프라이 오토의 대표작인 독일 뮌헨 올림픽 경기장 전경. 스타디움과 공원이 한데 어우러진 생태 공원으로 유명하다. 오토는 커다란 천을 줄에 매달아 펼친 것 같은 지붕을 설계했다. [사진 프라이 오토 아뜰리에]
사진 2 오토는 만하임의 다목적 홀에 목재로 곡선 형태의 지붕 구조를 만들었다. [사진 프라이 오토 아뜰리에]
사진 3 1967년 완공한 몬트리올 박람회 서독관은 마치 유목민 텐트 같은 모습이다. [사진 프라이 오토 아뜰리에]
작고한 다음날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됐다.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하얏트 재단은 10일(현지시간)
“그의 수상 소식이 프리츠커상 역사상 가장 슬픈 소식이 됐다”고 발표했다. 올해의 수상자는 독일 건축가 프라이 오토(90)다. 그는 발표 하루 전날인 9일 별세했다.
사상 최초로 수상자 소식이 곧 부고 뉴스가 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하얏트 재단의 톰 프리츠커 회장은 “다행히 오토는 올해 초 수상 소식을 들었고, 5월께 마이애미에서 열릴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오토는 수상 소식을 접하고 “이 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지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나는 자연재해와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돕기 위해서 새로운 형태의 건물을 디자인하려 했다.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인류를 돕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이 말은 그의 마지막 수상 소감이 됐다.
오토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건축가이지만, 텐트 형태의 구조물 전문가로 세계 건축사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심사위원단은 “오토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영향을 끼친 가장 민감한 건축물을 개발했다.
특히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지난 60년 간 다채로운 경량구조물을 만드는 선구적인 작업을 했다”고 평가했다.
대표작은 1972년 완공한 독일 뮌헨 올림픽 경기장이다. 군터 베니시, 레온 하르트와 공동설계한 작품이다.
오토는 메인 스타디움을 마치 텐트처럼 만들었다. 기둥을 가운데 세우고 사방으로 케이블을 뻗어 천막 같은 지붕을 붙들게 했다.
오늘날 대형 경기장이나 각종 구조물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이런 방식은 당시로서는 혁신 그 자체였다.
벽체와 지붕으로 이뤄진 기존 벽돌 건축의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다.
그는 50년대 독일에서 열린 정원 전시회에서 이 같은 구조체를 처음 선보였다. 관람객들을 위한 햇빛 가리개 용도의 쉼터였다.
오토의 텐트 형태 구조체는 점점 건물 형태를 갖춰갔고, 경기장처럼 큰 건물에도 적용하게 됐다.
심사위원단은 “캐나다 몬트리올 박람회(67년 개최) 서독관의 경우, 짧은 기간에 현장에서 조립해 만든 텐트 형태의 건물로 전시의 하이라이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토피아를 꿈꿨던 건축가=오토는 이처럼 가변적인 구조물에 관심이 많았다. 경제적인데다, 소외 계층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오토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건축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상은 전쟁 체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조종사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붙잡혔다. 프랑스 내 수용소에서 접한 텐트 형태의 구조물은 그에게 영감을 줬다.
그는 이런 형태의 집이야말로 가장 가볍고 유동적이며 환경친화적이라고 생각했다. 오토는 “재해 방지에도 건축가가 필요하다.
도심을 다시 집이 밀집한 곳으로 만들면 왜 안 되는지, 푸른 도시를 가꾸는 게 왜 불가능한지…. 이런 게 젊은 건축가들의 과제가 될 수 있다”고 평소 입버릇처럼 말했다.
오토는 생태 건축의 선구자였다. 그는 60년대에 건축가만 아니라 생물학·인류학·식물학·고생물학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연구모임인 ‘생물학과 건축’에 참여하면서 생태 주거에 눈을 뜬다.
84년께 베를린 국제건축전시회(IBA)에서 생태주거 모델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파트 같은 건물인데, 맨 아래층에 주차장을 두고 각 층의 지붕을 녹지로 조성했다.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생태 건축을 논할 때 활발히 차용되고 있는 모델이다. 뿐만 아니라 50~60년대부터 ‘움직이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천막 도시 안에 짓는 천막 주택, 천막으로 부유하는 섬 도시 등 당시로서는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여럿 했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회는 지난해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를 수상자로 선정하며 그의 사회 참여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반 시게루는 재해 현장에서 난민과 이재민을 위한 임시 거처를 만들었다. 오토 역시 일찌감치 건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한 건축가다.
그는 “좋은 건축가는 사회사업가이자 가족 주치의”라며 “어떤 건물을 소유해야 하는지 처방을 내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각자 적합한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꾸준히 밝혀왔다.
프리츠커상 심사위원단은 “오토는 건축가를 정의할 때 연구원이자 발명가·엔지니어·건축업자·교사·환경운동가·인문주의자 등의 개념을 모두 포용했다”며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와 협력정신, 지식을 공유하고 제한된 자원을 신중하게 사용했던 그를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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