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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Architecture/fun news

건설신문 :: 김기한 정림건축 마케팅부문 신임사장

 

 

1967년 6월17일. 을지로 입구의 작은 적산 가옥에서 뜻있는 건축가 몇 명이 모여 시작한 정림건축이 올해로 창립 46주년을 맞이했다. 건축업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46년간 사업을 이어오며 직원 550명 규모의 대기업으로 키워낸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정림건축의 화두는 앞으로 남은 반세기를 이끌어 갈 원동력을 마련하는 것이다. ‘반세기를 넘어(Beyond Half a Century)’ 란 슬로건을 기치로 최근 열린 창립 46주년 기념행사에서 정림건축은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49세의 젊은 마케팅부 총괄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신임 사장은 앞으로 50주년 행사까지 정림건축의 중장기비전과 함께 신사업 전략, 해외진출 방안 등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건설경제>가 김기한 정림건축 신임 사장(마케팅총괄)을 만나 현재 정림건축의 고민과 미래 정림건축의 윤곽을 들었다. 보수적인 정림건축이 천천히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조짐이 엿보였다.

 

- 정림건축에 마케팅부 총괄 신임사장 선임은 최초다

 정림건축에 입사한 지 올해로 20년차가 됐다. 7년 전부터 개발기획팀에 들어와, 2년 전부터는 마케팅 파트너로 업무를 사실상 총괄했다. 부서 자체가 정림건축 내에서 승격된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정림건축에서 20년을 지냈으면 장단점이 눈에 보일 듯하다

 (웃음) 그런 건 대답하기 힘들다. 하지만 얼마 전 사보에서 우리 회사에 35년을 근무한 여자직원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인상깊었다. 그 직원 하는 말이 ‘정림건축은 나에게 나쁜 남자’라는 거다. 인생의 동반자인 것은 맞는데 나쁜 남자라는 거지. 애정이 담긴 말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한 회사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은 그 ‘나쁜 남자’라는 말을 절감할 것 같다.

 - 나쁜 남자에도 종류가 있다. 정림건축은 너무 보수적이어서 나쁜 남자 쪽에 속하지 않겠나

 민감한 주제다. 우리는 업계에서 캐드(CAD)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여러 가지 첨단기술 도입에 주저함이 없었다고 자부한다.

 - 사업 개척 부문에서 보수적이라는 뜻이다. 업계는 정림을 보수적으로 본다

 그런 면은 솔직히 인정한다. 내부적으로도 사실 그에 대한 고민이 깊다. 과거 정림건축은 보수적인 색깔로 고객에게 신뢰를 줬다. 재수주 비율이 전체 매출액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고정 고객이 있었다는 뜻이다. 외부에 떠들석하게 알리지 않고 차근차근 자기 할 일을 하며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 데 주력했다. 전통적인 건축설계업체의 기본에 충실했던 셈이다. 하지만 시장 패러다임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1세대 경영진 선배들이 확보한 고객들은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변화였다. 재수주 비율도 떨어졌다. 이 때문에 3년 전부터 정책적으로 시스템 변화에 착수한 상태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우리의 어떤 장점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리의 몫으로 남겨졌다.

- 이 와중에 마케팅부서의 역할이 중요해진 건가

 그렇게 본다. 현재 마케팅부에서 신사업전략과 중장기전략을 짜고 있다. 3년 전부터 마케팅부가 개발기획과 수주정보를 관리하면서 고객만족서비스 부서를 별도 운영하고 있다. 재수주율을 높이되 해외와 국내 사업 전략을 세밀하게 짜서 안정적인 수주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다. 현재 정림의 마케팅부에는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건축, 건설, 부동산 관련 모든 정보를 모으고 있다. 정보획득의 질을 올리는 것이 사업전략 다변화의 기본이다.

 - 작년 정림건축의 수주액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

 1300억원 정도다. 중국에서 큰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 큰 몫을 차지했다.

 - 50주년 수주액 및 매출액 목표는 설정했나?

 설정 중이다. 대강의 밑그림은 나왔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며 외부에 공표하기보다는 일단 내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 정림건축은 여태까지 베일에 쌓인 기업이었다. 실적에 비해 외부에 공개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기업이 50주년을 맞이하고, 해외사업 수주를 위해서는 브랜드 파워가 필요하다. 여태까지의 경영 방향을 크게 선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정림건축은 보수적이다. 보수적이란 말은 현실적이란 뜻이다. 바꿀 것은 과감하게 바꾸되 여태까지 정림을 키워 온 전통의 방침과 색깔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 색을 바꾸지는 않을 거다. 다만, 정림의 질과 품격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정림만의 보수적인 브랜드를 판매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중국 시장이 대표적인 예가 될 거다. 여태까지 정림은 해외사업 진출 시에도 대형 건설업체와 함께 나가는 방식으로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했다. 앞으로는 단독 수주를 위한 움직임도 있어야 할 거다. 하지만 엄격하게 말해 현재 국내 설계 업체 중 해외시장에서 리스크 진단을 제대로 하고 사업을 단독 수주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본다. 이런 부분은 정림건축이 보수적인 게 아니라 침착한 거다. 하지만 변화의 필요성은 느낀다. 중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이 같은 정림의 시스템 변화가 시험대에 오를 거로 본다.

 - 중국 시장 진출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 중인가?

 국내 직원을 20명가량 내보낸 상태다. 상당히 많이 내보냈다. 대부분 쇼핑몰 및 놀이공원 사업인데 우리 회사의 전문분야이기도 하다. 최대한 풀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조선족 등을 채용해 활용하는 것보다는 중국 현지 인력과 손을 잡고, 정림의 색깔과 경영방침을 충분히 이해하는 우리 직원들이 현지 문화를 습득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간이 걸리지만 대형 건설업체와 함께 나가면서 리스크 부담없이 교육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정림의 이 같은 시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를 보일 거로 생각한다.

 - 전체 매출액 대비 해외사업비중과 CM비중이 내년 정도에 공개될까

 그럴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역시 CM이다. 우리도 이해는 하고 있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거다. 해외시장에서 CM사업을 수주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재 우리 회사의 실적이 부족한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 반세기를 가고자 신발끈을 다시 묶는 중이다. 누군가에 쫓기는 기분으로 끈을 여민다면 언젠가는 사고가 난다. 일단 정림의 기조가 변하는 것은 사실이다. 기대해 달라. 가시적인 성과가 조만간 나온다.

최지희기자jh606@ 사진 안윤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