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원불교 교당·앙코르와트 문화시설 설계한 김인철]
견고함 대신 그늘 필요한 곳…
구멍 뚫린 외벽·얇은 콘크리트 "무조건 가볍고 엉성하게…"
앙코르와트 복합문화시설은 '크메레스트'에 한국 양식 접목
건축가 김인철(66·아르키움 대표·사진)씨가 설계했다. 서울 강남 '어반하이브', 경기 파주 '웅진씽크빅' 등을 설계한 그는 "캄보디아 땅에 가장 잘 맞는 건축이 뭘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작업"이라고 했다.
건축가는 "교당 신축 의뢰를 받고 캄보디아에 3박4일씩 여러 차례 머물며 공부했다"며 "그 결과 세 가지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너무나 뜨거운 곳에 사는 이곳 사람들에겐 '견고한 건물'이란 의미가 없었어요. 필요한 건 단지 그늘이었죠. 그래서 무조건 가볍고, 엉성하고, 동시에 편안한 곳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크메레스크'는 한국의 절반 두께 철근 콘크리트 구조다. 건축가는 "현지 땅이 진흙처럼 무르고 연했기 때문에 무거운 재료는 쓸 수 없었다. 최대한 현지 재료를 사용하되, 약간의 변형을 통해 개성을 꾀했다"고 했다. 그 결과 나온 게 가로 세로 8㎝ 정방형 벽돌의 측면을 정면처럼 틀고,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대신 엉성하게 쌓아 올린 뒤 몰타르를 부어 고정시키는 방법. 한국 건축의 모티브도 적절히 응용했다. 건축가는 고온다습한 기후에 맞춰 패널마다 틈이 조금씩 벌어진 '한국식 우물마루'를 택했다. 바닥이 틀어지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
"혹 벌레가 드나들진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도적인 것"이라고 했다. "캄보디아에선 아무리 벽돌에 꼼꼼히 미장을 하고 방충망을 달아도 어느샌가 도마뱀이 들어와 돌아다닌다. 그럴 거면 아예 열자, 이게 이곳의 일상 아닌가 싶었다."
김인철씨는 내년 준공될 세계적인 문화유산 '앙코르와트' 복합문화시설 설계도 맡았다. 그는 앙코르와트 앞의 대지 6600㎡(2000평) 위에 지어지는 복합문화시설 '앙코르와트 파비스'의 착공식도 최근 가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토바이와 관광버스, 노점상이 뒤엉킨 자리에 '크메레스크' 스타일의 인포메이션센터와 기프트숍, 레스토랑, 전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동시에 긴 회랑으로 이어지는 건물 구조, 건물과 지붕이 겹쳐지듯 흩어지는 배치 등은 한국의 건축양식을 빌려오기로 했다. 그는 "드러나지 않게 건물을 세워 달라는 캄보디아 압사라재단(앙코르와트를 관리하는 캄보디아 정부 산하 재단)의 요청으로 이 같은 한국적 해답을 응용하게 됐다"고 했다.
"좀 거칠게 말해 '전 세계에 같은 건물을 세우자'가 모더니즘 시대의 건축이라면, 이제는 '버네큘러(지역주의)'가 존중받는 건축의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즉, 모더니즘 이전의 건축으로 돌아가자는 거죠. 적어도 '한국 건축가가 디자인하니 이렇게 다르다. 우리 것을 이렇게 해석하는구나'라는 인식만큼은 반드시 심어주려는 게 제 목표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02/20130502030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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