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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n Architecture/fun news

<기자수첩> ‘설계대가 협의체’ 구성… 건축업계 먼저 움직여야

 

 

건축업계 관계자들은 여러모로 이중적이다. 인문학적인 이야기들을 늘상 하지만 실제로는 공학도들이고, 건설산업 종사자들임에도 건설인으로 분류되는 것을 약간(혹은 많이) 꺼려한다. 돈 문제에서도 그렇다. 공사비 대비 1%에 불과한 설계대가가 그나마도 15년째 인상되지 않고 있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설계대가 문제를 꺼내는 것을 주저한다. 불만은 술자리 등 사적인 자리에서 논의되는 수준으로 끝난다.

 이 때문에 현재 업계에서 공동주택 부문의 설계대가를 정부의 규정 수준까지 올리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려는 시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대기업들이 발을 빼기 때문이다. 대형 건축업체의 사장님들이 협의체 참여를 꺼린다. 사장님들은 “대한건축사협회가 할 일”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업계가 움직이지 않으면 협회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건축업계 종사자들은 예술가적 성향이 있어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것을 싫어하고, 돈 얘기하는 것도 불편해 한다”고 말한다. ‘품위’의 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건축업계의 현실은 품위를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 연봉사이트에서 2008년~2013년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건축사사무소 직원의 초임 연봉은 건설사의 70% 수준이었다. 상위 연봉 직종인 금융과 비교하면 60%대로 떨어진다. 같은 설계직끼리 비교해도 건축공학 기술자의 평균 월급은 319만원, 토목공학은 343만원, 도시교통설계는 367만원이다. 건설업계 기술직 중 최하다. 반면 근무시간은 가장 길다. 설계 변경이 잦고, 사업 자체가 자주 미뤄지다 보니 후임자들의 잡무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근무 환경이 워낙 열악하다 보니 젊은 건축가들끼리 모여 소형 스튜디오를 차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토목 엔지니어링업체 수가 1700개인데, 건축사사무소는 7000개가 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장님들이 품위를 내세우면, 직원들은 품위를 지키기 참 어려워진다. 업계는 건축의 예술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건축도 산업이며 비즈니스인 게 현실이다. 당사자들이 돈 얘기를 하지 않으면, 외부 사람들은 당연히 돈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업계의 밥그릇은 점점 작아지다 걷어차이는 법이다.

최지희기자 jh606@

출처 :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30503092021177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