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대 설계비 고수...LH도 정부고시 대가기준 1/3만 지급
지금 건축시장은 ‘365일 최저가’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건축은 중국 제조업 시장만도 못한 노동착취형 산업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주범은 공사비 대비 1.5%에도 못 미치는 건축설계용역 비율 탓이다. 제값을 못받고 수주했는 데도 발주처 사정에 따라 계약기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재설계에 따른 누적 작업량은 쌓여만 간다. 발주처는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도 않는다. 정확한 대가 기준 없이 관행에만 의존하다 보니 업계 자체가 불투명한 착취형 산업구조로 고착됐다. 민간도 아닌, 하물며 공공발주 기관들까지 건축기술자들에 대한 ‘노동착취’를 당연시 여기는 풍토다. 그러다 보니 산업 자체가 선진화는 커녕 상처가 곪아 터지는 형국에 이르렀다. <건설경제>가 건축업계의 설계 대가 저가화 현실을 2회에 걸쳐 추적했다.
◆ LHㆍSH도 국토부 고시기준의 1/3만 지급
현재 국토교통부는 건축설계 대가 요율을 산정해 공고하고 있다. 대가 요율은 공사비 5000만원대 사업에서 10%대 내외, 5000억원 사업에서는 4%대로 정해져 있다. 항목별로만 보면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기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로 국토부 사업대가기준 만큼 설계비를 받는 건축설계 업체는 거의 없다.
우선 공공주택 사업을 발주하는 LH와 SH부터가 국토부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및 택지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설계업체들은 LH와 SH, 지방 도시공사들의 공사비 대비 용역비가 약 1.5% 내외라고 입을 모은다. 더 낮으면 낮지 절대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체별로 수주한 프로젝트를 모아 집계한 결과 2012년 총 10개의 공공주택 물량 프로젝트에 대한 총 공사비 대비 설계비 평균은 1.29%였다. 해당 사업의 건축사법 설계 요율은 3.84%였지만 발주기관들은 1/3에도 못 미치는 설계비를 지급한 셈이다.
그러나 업계는 1%대 설계비만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건축사사무소 개별로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발주처의 설계비 요율이 1%를 넘어선 것은 3년도 안 됐다. 2011년(10개 사업)에서야 1.24%에 도달했고, 그 전에는 줄곧 1% 미만이었다. 2010년(14개 사업)은 0.92%, 2008년(22개 사업)은 0.61%에 불과한 설계비 요율을 적용받았다. 국토부의 설계 대가 기준이 2009년 고시됐음에도 제대로 따른 발주기관은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 건축설계 업계의 주장이다.
◆ 미착공 물량에 건축업계 골병
건축업계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저가 설계비만이 아니다. 1%대 설계비만 받더라도 정해진 기간 안에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LH의 현재 미착공 물량은 약 46만가구다. 이 가운데 2008년 하반기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후 3년 이상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미착공 물량이 26만가구에 달한다.
문제는 건축사사무소들은 사업승인 전 단계에 이미 기본 및 중간설계 작업을 모두 마친다는 데서 발생한다. 계약 상태로 사업이 일시 중단되다 보니 미착공 물량에 대한 설계작업을 평균 4~5년씩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
2008년 이전에 설계된 물량의 사업이 그대로 추진돼도 골치 아픈 건 마찬가지다.
업체 관계자는 “사업이 최장 6~7년씩 늦어지다 보면 그 사이에 건축법과 공공주택 트렌드, 택지지구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며 “사업이 재추진될 때 기존 설계작업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고, 바뀐 트렌드와 사업대상 블록에 맞춰 재설계를 하면 백지에서 설계하는 것보다 업무량이 훨씬 늘어난다. 그런데 발주처들은 추가 작업에 대한 설계비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 관행적으로 그래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발주처도 알고 있어 처음부터 계약기간을 8년으로 잡는다. 원래는 건축착공 예정일에 140일을 더해 계약기간을 산정해야 하지만, 착공이 미뤄질 경우 재설계에 대한 설계비 추가지급 등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계약기간을 8년으로 잡는 식이다.
공공주택 설계를 다수 수행한 업체의 임원은 “정부가 건축설계업의 활성화를 고려한다면 매년 한 번이라도 공공 발주기관들의 계약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며 “계약기간, 설계 대가 요율을 검토해 발주기관이 실제로 제값을 주고 있는지에 관심 정도는 가져야 건축이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 LHㆍSH도 국토부 고시기준의 1/3만 지급
현재 국토교통부는 건축설계 대가 요율을 산정해 공고하고 있다. 대가 요율은 공사비 5000만원대 사업에서 10%대 내외, 5000억원 사업에서는 4%대로 정해져 있다. 항목별로만 보면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기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로 국토부 사업대가기준 만큼 설계비를 받는 건축설계 업체는 거의 없다.
우선 공공주택 사업을 발주하는 LH와 SH부터가 국토부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 및 택지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설계업체들은 LH와 SH, 지방 도시공사들의 공사비 대비 용역비가 약 1.5% 내외라고 입을 모은다. 더 낮으면 낮지 절대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체별로 수주한 프로젝트를 모아 집계한 결과 2012년 총 10개의 공공주택 물량 프로젝트에 대한 총 공사비 대비 설계비 평균은 1.29%였다. 해당 사업의 건축사법 설계 요율은 3.84%였지만 발주기관들은 1/3에도 못 미치는 설계비를 지급한 셈이다.
그러나 업계는 1%대 설계비만도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건축사사무소 개별로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발주처의 설계비 요율이 1%를 넘어선 것은 3년도 안 됐다. 2011년(10개 사업)에서야 1.24%에 도달했고, 그 전에는 줄곧 1% 미만이었다. 2010년(14개 사업)은 0.92%, 2008년(22개 사업)은 0.61%에 불과한 설계비 요율을 적용받았다. 국토부의 설계 대가 기준이 2009년 고시됐음에도 제대로 따른 발주기관은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 건축설계 업계의 주장이다.
◆ 미착공 물량에 건축업계 골병
건축업계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저가 설계비만이 아니다. 1%대 설계비만 받더라도 정해진 기간 안에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예로 LH의 현재 미착공 물량은 약 46만가구다. 이 가운데 2008년 하반기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후 3년 이상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미착공 물량이 26만가구에 달한다.
문제는 건축사사무소들은 사업승인 전 단계에 이미 기본 및 중간설계 작업을 모두 마친다는 데서 발생한다. 계약 상태로 사업이 일시 중단되다 보니 미착공 물량에 대한 설계작업을 평균 4~5년씩 끌어안고 있어야 한다.
2008년 이전에 설계된 물량의 사업이 그대로 추진돼도 골치 아픈 건 마찬가지다.
업체 관계자는 “사업이 최장 6~7년씩 늦어지다 보면 그 사이에 건축법과 공공주택 트렌드, 택지지구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며 “사업이 재추진될 때 기존 설계작업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고, 바뀐 트렌드와 사업대상 블록에 맞춰 재설계를 하면 백지에서 설계하는 것보다 업무량이 훨씬 늘어난다. 그런데 발주처들은 추가 작업에 대한 설계비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 관행적으로 그래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발주처도 알고 있어 처음부터 계약기간을 8년으로 잡는다. 원래는 건축착공 예정일에 140일을 더해 계약기간을 산정해야 하지만, 착공이 미뤄질 경우 재설계에 대한 설계비 추가지급 등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계약기간을 8년으로 잡는 식이다.
공공주택 설계를 다수 수행한 업체의 임원은 “정부가 건축설계업의 활성화를 고려한다면 매년 한 번이라도 공공 발주기관들의 계약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며 “계약기간, 설계 대가 요율을 검토해 발주기관이 실제로 제값을 주고 있는지에 관심 정도는 가져야 건축이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출처 :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304170717363100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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