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un Architecture/fun exhibition

POP! : 시장의 발명과 대중화를 통한...(아젠다 그룹전)

Mr.fundamental 2012. 2. 21. 11:50


5th exhibition theme

2011 exhibition : POP

POP! : 시장의 발명과 대중화를 통한 통속적 프로세스의 모색

2011년 한국에서 시각예술은 여기저기서 넘실거린다. 그들의 이미지는 고급한 취향의 담론에서 소진된다. 수많은 전시회와 잡지에서, 케이블 티브이의 프로그램에서, 드라마의 배경에서, 멋들어진 이미지와 작품들이 반짝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예술을 생계수단으로 끌고 가는 것은 자기만족에 기반한 순교자 의식을 요구하는 일로, 현재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 셀러브리티라는 새로운 계층으로 들어가던가, 꿋꿋이 예술 노동자의 길을 선택하는 두 가지 길로 압축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청년 예술가들은 신분상승의 실낱같은 희망속에 원하는 자기의 모습을 그리며 잉여의 교육기간을 상정하던지 가혹한 노동조건 혹은 과소한 작업기회와 싸우며 저당 잡힌 꿈과 젊음을 애달퍼 한다. 하지만 연장된 교육과 자기극복, 오랜 비급여의 기간을 거치더라도 상황은 그들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그들의 삶은 높은 수준의 불안정성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번 전시는 시장에 진입조차 쉽지 않은 청년 예술가의 상황과 대중적 현상을 소재로 한 작업조차 고급예술의 차원에서 소비되고 있는 편향적이고 왜곡된 시장구조에 주목한다. 기존의 시장이 경력이 일천한 청년 예술가에게 가혹한 이유는 그 시장이 예술적 취향의 고양이나 지원이라는 개인적 차원에서, 수익발생가능성을 염두로 두고 외부 시장에서 발생한 거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작품들은 개별 프로젝트별로 매우 큰 금액을 가지고 유통이 되고, 검증이 되지 않은-동시에 작품의 신뢰도나 수익발생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는-젊은 작가나 소규모의 집단은 불안한 시선 속에서 제외된다. 청년예술가들은 창작할 수 있되, 생산하지 못하는 ‘창작-비생산자’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소외가 창작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재의 다양성이 소비되는 계층의 다양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한계 속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시각예술을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사회적 차원에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작된 작품을 소유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줄어들면서 소외는 소비자 혹은 사용자에게까지 시장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의 도시는 도시가 주는 서비스가 없는 삶에 매우 제한된 가능성만을 두면서도 도시적 삶을 유지하는 것에는 많은 부분의 희생을 요구한다. 독립과 가정을 이루는 시기의 20대 중반~40대의 세대에게는 주거를 통해 턱없이 높은 진입장벽을 두고 있으며, 이 상황은 혈연중심의 사고가 남아있는 한국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이 가장 왕성한 50대의 삶도 온전히 자신의 삶을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다양한 외부조건들을 만들어 낸다. 정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늘어난 평균수명과 연장된 은퇴기간에서의 노년은 이전까지의 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지배한다.

이들은 광범위 하게 사회를 구성한다. 차상위 계층이나 하우스 푸어, 혹은 사회적 약자라는 개념은 이들을 정확하게 설명해내지 못한다. 그들은 예술적 창작품을 소비할 수 있다. 다만 그들을 위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과 예술적 취향을 소유하고 있으되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소비하지 못하는 ‘소유-비소비자’로 규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기존의 대응은 예술을 삶의 조건으로 견인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할 뿐더러 허약한 사회구조망을 대변할 뿐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공급을 기반으로 하는-임대/반값아파트, 명작 혹은 명품의 값싼 복제품들과 같은-일련의 시도들은 그들의 삶을 진짜가 아닌 것, 계속 머물러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시킨다. 또한 공급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계층의 차이를 문화적 수준의 격차로, 생활공간의 차별로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전시가 ‘창작-비생산자’로서의 청년예술가와 ‘소유-비소비자’로서의 계층들을 연결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예술에 관련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양자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대의 결과물을 제공하는 가능성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이 기획은 궁극적으로 두 집단의 연계를 통해 고유의 세계관과 새로운 생활공간을 제시할 수 있는 지속적인 파트너쉽과 프로세스를 모색하려 한다. 추종이나 부러움의 방식이 아닌 고유의 예술형식의 발현 속에서 예술은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부수적인 삶의 현상이 아닌 살아가기 위한 장치로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서 ‘창작-비생산자’와 ‘소유-비소비자’는 특정한 형식과 양상아래에서 ‘창작-생산자’와 ‘소유-사용자’로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획은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대중적이고, 또한 지극히 통속적이어야 한다. 위와 같은 수많은 당위와 필요 속에서 우리는 클라이언트를 바라보는 시선의 확장과 정교화를 주장한다. 거리의 부랑자에서부터 부당한 조건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과 다문화 가정, 탈북자, 대출로 괴로워하는 워킹 푸어, 반복되는 질병과 재난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 농축산업계 종사자, 무능력한 부모와 강제로 헤어져야 하는 아동들, 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경제적 능력의 한도 내에서 예술의 소비자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우리는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제한된 조건에서 전시에 등장하는 작업은 발견을 기반으로 하는 발명의 형식을 취한다. 제한적인 예산과 공간, 재료와 기술, 표현방식에서 우리는 창작자 개인의 일회적 유희로 휘발되지 않을 대중성과 범용적으로 응용될 수 있는 통속적 방법론을 제시할 것이다.



- 디렉터 김 훈


■ 일 시 : 2012.2.8(수) ~ 2.20(월)

■ 장 소 : 갤러리 이앙 전시장 3관

■ 오 프 닝 : 2012.2.8(수) 6:00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