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퓌-앙-벌레이의 교회 :: 프랑스의 로마네스크 교회
르 퓌-앙-벌레이의 교회 :: 프랑스, 오베르뉴 주, 오트 루아르 962년
http://www.ot-lepuyenvelay.fr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이야기중에서...
마을 변두리 들판에 85미터 높이의 바위가 우뚝 솟아 있고, 그 꼭대기에 교회가 올라 앉아 있다. 프랑스의 마시 프상트랄 산지 중간쯤에 위치한 르 퓌-앙-벌레이(Le Puy-en-Velay)라는 시골 마을의 겨관인데, 직접 찾아가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높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굴러 떨어질 듯이 가파른 돌 계단 268개를 올라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 외관 못지않게 내부 또한 의외의 모습이다. 기둥이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어서, 어디가 정면이고 어디가 제단인지조차 구분이 되지 않는다. 기다란 장방형의 반듯한 교회 평면을 바위 꼭대기의 좁은 부지 위에 억지로 밀어넣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곳은 놀라울 정도로 우뚝 솟은 높이로 보나 구부러진 평면으로 보나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독교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 이야기는 기독교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역은 본래 켈트인의 땅이었고, 그들의 신앙인 드루이드교(Druidism)의 성지였다. 드루이드교는 나무나 바위, 샘을 신성한 대상으로 숭배하는 자연 신앙이다. 켈트인들은 이 바위를 신성이 깃든 바위라고 여겼으며, 꼭대기에 드러누우면 병이 낫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로 그 모습이나 높이로 치면, 병 따위는 하늘로 날아가버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결국 드루이드교는 기독교의 기세에 밀려 사라지고, 최초의 밀레니엄(서기 1000년)을 맞이할 무렵 기독교의 열기가 단숨에 이 땅을 뒤덮어, 962년에 마침내 기독교 교회가 켈트의 바위 위에 세워지게 되었다.
그것은 중세 유럽의 시작이었다. 이 교회의 건축양식은 11,12세기의 로마네스크 양식인데, 뒤를 잇는 13,14세기의 웅장한 고딕 양식에 비해서 한결 소박하다. 켈트 성지에 기독교 교회를 지은 예로는 프랑스 제일의 종교 건축물인 샤르트르 대성당도 포함된다. 성스러운 경관은 종교를 무지 않는 것일까.
한편, 962년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예배실을 만들고 나서도 예배실 바닥에 드러눕는 자가 끊이지 않았다. 바로 순례자들이었다. 중세의 시작과 함께 스페인의 성지 산티아고를 향한 순례가 시작되는데, 순례자들은 프랑스 각지에서 르 퓌-앙-벌레이에 일단 집결한 뒤 무리를 이루어 출발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몸이 아픈 순례자도 적지 않아서, 이 바위 위에서 잠시 심신을 쉬고 천수백 킬로미터의 여로를 걷기 시작했다. 드루이교는 사라졌지만 바위에 대한 신앙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