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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도시 대표성은 권력…미래도시는 소속감

Mr.fundamental 2013. 4. 11. 16:35

 

 

"도시 속 모든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삶과 정신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자신 외에 도시 중심부란 없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는 그의 고향에 대한 생각을 담은 자전에세이 `이스탄불`에서 이같이 말한다. 도시의 핵심은 기능이 아닌 사람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작가 파무크의 생각에 대해 마옌쑹 중국 매드(MAD) 건축사무소 설립자와 미국의 유명 설치예술가 시어스터 게이츠는 "도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며 공감한다.

매일경제신문은 세계적인 차세대 도시전문가 두 사람을 잇달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도시상(像)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상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도시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어스터 게이츠 설치예술가=어떤 도시가 성공적이고, 어떤 도시가 실패했는지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나 알 수 있다. 다만 도시 건설이 그 지역에 원래 존재했던 문화를 없애거나 대체한다면 그것은 여러 세대에 걸쳐 내려온 역사와 가치를 훼손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물론 모든 것이 전통적이거나 역사적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 보면 인류는 문화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엉뚱한 것을 포기하기도 했다. 세계화가 좋은 이유는 다양성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지역적 가치와 문화에 따라 도시를 건설하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하다. 도시가 부자나 가난한 사람처럼 특정 계층을 위해서만 지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마옌쑹 건축가=나는 도시를 볼 때 `특별한 속성` 혹은 `영혼`을 먼저 찾는다. 도시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공유하는 장소다. 나누기도 하지만 기여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일을 마치면 도망치고 싶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는 단순히 일자리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줘야 한다는 뜻이다. 도시를 설계할 때 고유의 가치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왜 이 도시에 살고 싶은지 사람들에게 말해줄 수 있어야 하며, 또 그곳에 살게 될 사람들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신도시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짧은 기간에 건설된 이 같은 도시들의 장단점은 어떤 것이 있나.

▶게이츠=아시아 국가들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신도시 건설은 당연하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경제와 사람의 가치를 결합시키고, 도시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한 도시에서의 산업발전이 한계에 달했다고 그 산업이 다른 도시로 옮겨가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거주하는 이들의 요구, 도시의 강점과 가능성 등이 무엇인지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재발견해야 한다.

▶마옌쑹=위대한 도시들 가운데 단기간에 지어졌지만 오래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신도시 마스터플랜이 초기 단계부터 야심 찬 포부와 고유성을 갖고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도시 설계가 진보적이어야 하고 도시의 고유 문화와도 뿌리 깊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

베이징은 600년 전에 지어졌지만 오늘날까지 고유성을 간직하고 있다. 명확한 철학을 바탕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애초에 정원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당시에는 정원이 사람들의 이상적인 도시상이었던 것 같다. 상당히 큰 그림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과 수도권 집중 개발 정책이 늘 부딪친다.

▶마옌쑹=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자원이 필요하지만 `메가시티`는 인류에 있어 새로운 희망이다. 우리는 가능성을 믿고 계속 지원해야 한다. 뉴욕 맨해튼도 위대한 메가시티 중 하나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센트럴파크도 함께 건설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커다란 녹색 자연공간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도시에 있어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마옌쑹=대학의 정신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기능적인 측면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는 대학도시를 만들어 모든 대학을 집합시킨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전혀 활동적이지 않다. 사람들이 단순히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이 도시에 가기 때문이다. 이것을 도시라고 할 수는 없다.

도시는 문화와 다양한 가치의 결합이 필요하다. 대학도 마찬가지로 문화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육과 같은 특정 기능만이 도시의 특성이 될 수는 없다.

▶게이츠=대학은 도시 모양을 갖추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학은 보다 확대된 가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가 근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물론 이것도 대학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때 가능하다. 그저 확장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되며 상호 밀접하게 연계된 집합체가 돼야 한다.

정부와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학이나 정부기관이 하나의 `블록`을 형성해 외부 상황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면 이는 그냥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대 공동체로 전락할 뿐이다.

-앞으로는 여성이 도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마옌쑹=매우 흥미로운 시각이다. 그동안 도시는 남성들의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고층이나 강해 보이는 건물을 보면 남성이 떠오른다.

실제로 도시는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장소기도 하다. 반면 여성들은 인간애를 상징한다. 가족이란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며, 결국 도시의 감성적인 측면과 연결된다. 이는 일자리나 도시 기능과는 또 다른 것이다. 도시에 있을 때 과연 안전하다고 느껴지는지, 혹은 본인이 감성적으로 도시와 연결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근대 도시가 권력ㆍ자본ㆍ경쟁으로 대표된다면, 미래 도시는 인간애ㆍ감성ㆍ소속 의식으로 대표돼야 한다.

▶게이츠=도시 형성에 있어 여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많은 여성이 배우자나 직장에 따라 주거지를 선택한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가족을 어떻게 보다 잘 수용할 것인지의 문제다. 여성과 남성이 아닌 가족 전체를 위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를 비롯해 보육원에 대한 접근성 등 삶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탁아시설, 적합한 학교, 그리고 아이들이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닌 문화적ㆍ교육적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장소의 유무가 매우 중요하다.

■ 마옌쑹 中 매드 건축사무소 설립자는…

마옌쑹(38)은 중국 출신의 세계적인 차세대 건축가다. 베이징 토목건축대와 예일대 건축학 석사 졸업 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사무소에서 경력을 쌓고 2004년 그의 건축사무소 매드(MAD)를 설립했다. 그가 디자인한 `홍루오 클럽하우스`는 런던 디자인 미술관이 꼽은 `100대 우수 디자인`에 포함됐고 CNN 선정 `세계적 건축가 6인`에 들기도 했다. 대표 작품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소거에 있는 초고층 건물 `앱설루트 타워`로 `마릴린 먼로 타워`로도 불린다.

 

 

■ 시어스터 게이츠 美 설치예술가는…

시어스터 게이츠(40)는 미국 시카고에서 주로 활동하는 유명 설치예술가로 지난해 예술 분야에서 권위 있는 월간지 `아트 앤드 옥션`이 `미래에 가장 소장가치가 있는 50인의 작가`로 선정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 리뷰`가 발표한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에도 들어가기도 했다. 아이오와주립대 도시계획과 학사, 케이프타운대 순수 미술 석사, 아이오와주립대 도시계획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안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