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건축가 김수근 설계… 소유주 부도로 경매 나와
ㆍ재단·문화예술인 100여명 “문화재로 지정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공간(空間)’ 사옥(사진) 경매를 앞두고 사옥의 보전과 더불어 공익적 활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수근문화재단과 문화예술인들은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간 사옥은 하나의 부동산이 아니라 문화로 반드시 보전돼야 한다”며 “향후 공익적으로 활용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등록문화재 지정 등이 절실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 사옥은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1971년 설계한 건물로 한국 현대건축의 대표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0년대에는 사옥 내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사물놀이와 고 공옥진씨의 ‘병신춤’을 선보이는 등 문화운동의 산실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공간 사옥은 지난 1월 소유주인 공간그룹이 부도나면서 서울문화재단과 일부 기업들이 인수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무산된 채 오는 21일 경매에 나온다.
이날 김수근문화재단과 문화예술인들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경매에서 민간에 낙찰될 경우 개발 논리에 따라 건물 보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나아가 공간 사옥이 지닌 문화적 가치로 볼 때 향후 건축박물관 건립 등 공익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성명서에는 문화예술계 유명 인사 1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공간 사옥은 우리 건축계와 문화의 자존심이자 철학이며 미래를 바라보는 나침반”이라면서 세 가지를 촉구했다. 우선 공간 사옥을 공공에 귀속시켜 건축박물관으로 사용하기를 제안했다. “한국 건축의 개척자 세대 건축가들의 아카이빙 장소, 젊은 건축가들의 인큐베이팅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며 “극장과 갤러리는 신진 예술인들과 대중들이 교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공간 사옥에 대한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지정을 요구했다. 성명서는 “등록문화재는 50년 이상 된 건물이 대상이지만 훼손이 임박한 경우엔 50년이 안돼도 지정된 사례가 있다”며 문화재청의 “역사적 결단”을 촉구했다. 김수근문화재단 측은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으나 문화재청은 소유자 변경을 앞두고 있어 새 소유자가 확정된 다음 지정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등록문화재는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성명서는 이어 “공공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공간 사옥 보전을 위한 캠페인 등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1970년대 당시 김수근 선생과 공간 사옥은 미국 타임지가 르네상스 시대 예술후원가인 메디치에 비유할 정도로 문화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할 20세기 최고의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박기태 김수근문화재단 이사장과 건축가 김원·승효상씨는 “한국 현대건축의 자존심으로 인정받아온 공간 사옥에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시민 모금운동 등 모든 가능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공간 사옥은 건축적 의미는 물론 전통예술의 미학적 가치를 확인시킨 의미있는 공간”이라며 “제2, 제3의 공간 사옥을 만들진 못할망정 단순히 부동산으로 치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홍규 쇳대박물관장은 “공간 사옥은 우리 모두가 지켜내고 보전해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창덕궁과 ‘현대 계동사옥’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공간 사옥은 김수근이 1960년에 설립한‘김수근건축연구소’가 모태다. 현재는 초대 대표인 김수근이 설계한 담쟁이넝쿨과 검은색 벽돌로 구성된 본관, 2대 대표인 건축가 고 장세양이 증축한 신사옥, 현 이상림 대표가 증·개축한 한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화예술계와 건축계 관계자들은 “공간 사옥은 창덕궁과 보물로 지정된 ‘관상감관천대’와 인접해 있는 데다, 건축적·문화예술적 가치 등에 따라 일반적 개발 논리로 철거 등의 조치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공간 사옥이 가진 상징성 등으로 보면 공공기관이 매입해 공익적으로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고 의견을 같이한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1182216175&code=9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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