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엔느에 이어 이책이 나왔다.
망설임 없이 구입한다.
고맙습니다.
mr.FUNdamental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은 한때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했던 저자가 평범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발견한 소박한 삶의 흔적들을 기록한 책이다.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서 꿈과 사랑에 목말라하는 이들,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때로는 미세하고 부드럽게, 때로는 솔직하게 묘사했다. ‘수첩왕자’라고 불리던 경비원 아저씨, 지하철에서 10번 마주친 여자에게 고백해 결혼의 대업을 이루어낸 친구, 3호선의 카이저 소제 등의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궤적에서 꿈과 희망의 의미, 행복에 대한 고민과 물음을 찾으며 소박한 위로와 함께 격려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ㆍ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ㆍ 당신이 곁에 있어 다행입니다
ㆍ 내일을 호주머니에 담는 사내
ㆍ 잃어버린 게 아니라 잊은 것뿐
ㆍ 대리운전 기사와 성사(聖事)의 소리
ㆍ 우리 인생의 첫 행운
ㆍ 세상은 잠시 그 둘을 중심으로
ㆍ 마트에서 그녀가 굽고 있던 것
ㆍ 봄눈 녹듯이 스러질 테니
ㆍ 꿈은 사라지지 않고 유예된다
ㆍ 지하철에서 10번이나 당신을 봤습니다
ㆍ 40年 전의 소녀들
ㆍ 믹스 커피 한 잔을 위한 베스트셀러
ㆍ 지하철 3호선의 카이저 소제
ㆍ 패스트푸드점 알바생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
ㆍ 황조롱이 가족의 은빛 둥지
ㆍ 편의점 청년의 'Tears In Heaven'
ㆍ 천 원짜리 한 장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ㆍ 풀빵 냄새는 거리를 가득 메울 만큼 짙다
ㆍ 스타벅스 컵을 든 여직원의 일갈(一喝)
ㆍ 곰인형 열쇠고리와 장미꽃 스무 송이
ㆍ 당신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ㆍ 김 상사의 귀천(歸天) 그리고 죽음과 생명의 경계
ㆍ 에필로그 : 인간성 실종의 시대,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자
전에 근무하던 언론사에는 칠순이 훌쩍 넘은 경비원 아저씨가 있었다. 나와 동료들은 그를 수첩왕자고 불렀던 것 같다. 우연히 본 그의 수첩에는, 하루 일과뿐만이 아니라 그의 삶과 인생의 궤적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그는 치매 초기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약물치료나 요양을 택하지 않은 채 수첩에 자신의 소중한 것을 적어가며 흐릿한 기억을 붙들어 매고 있었다. “기억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감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운한 느낌이 들어. 내가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어떤 커다란 것을 강탈당하는 느낌이랄까. 병원을 나서면서 몇 가지 결심을 했다네. 다른 건 다 잊어도 아내 생일과 결혼기념일 같은 건 잊지 말자고. 그리고 내게 주어지는 하루를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로 여기자고." ---<오늘은, 내 생애 가장 젊은 날> 중에서
불쑥 한 중년 여성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녀가 불쑥 입을 열었다. "서울역 가는 뻐스 맞습니꺼?" 양쪽 손엔 병원에서 지낸 듯한 흔적이 보인다. 옷가지와 이불 보따리가 잔뜩 들려 있다. (…) 난 부부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정확히 말하면 비자발적으로 엿듣게 됐다. 병상에 있는 남편이 집으로 내려가는 부인이 걱정돼 전화를 한 모양이다. 그녀는 “그래요. 당신이 곁에 있어 참 다행입니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순간, “당신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란 말이 내겐 “당신이 지금 살아 있어줘서 참 다행”이란 말로 들렸다. 그녀는 40여 분 뒤 서울역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봤을 때만큼 처량해 보이지가 않았다. 뭐랄까. 매순간을 감사히 여기고 있는 것 같았고, 결코 무너져 내리지 않은 채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이 곁에 있어 다행입니다>중에서
그는 10여 년 간 노숙생활 했다고 고백했다. 5살 연하의 여인과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의류도매상을 하다 사업에 연이어 실패했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어설픈 보험사기도 시도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는 노숙이라는 '사회적 자살'을 택했다. 그가 정신을 차리게 된 건 아이때문이다. 먼 발치에서 이쁘게 자란 딸 아이를 봤지만 말을 걸지 못했다. ‘아직 늦지 않은 걸까.’ 그는 상담사의 권유로 잡지를 판매하게 됐다. 매일 7~8시간씩 잡지판매원이란 명찰을 목에 걸고 지하철역이나 번화가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다고 했다. (…) 잡지를 손에 쥔 채 고개를 돌려 다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목놓아 외치고 있었다. "잡지 사세요. 잡지 사세요." 그리고 그는 과거가 아닌 내일을, 소중한 내일을 호주머니에 담고 있었다. ---<‘내일’을 호주머니에 담는 사내> 중에서
몇몇 대리기사들이 모여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본다. 온갖 푸념을 해대는 순간에도 사내들의 눈동자는 자꾸만 곁눈질을 한다. 동료 대리기사보다 더 빨리 '콜'을 받기 위해 네모난 PDA를 만지작거리며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 사내들이 PDA를 지켜보는 과정이야말로 일종의 ‘성사(聖事)’처럼 보였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납작한 PDA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내들의 눈빛은 성스러웠고, 작은 PDA의 불빛은 커피전문점의 조명보다 훨씬 밝고 따듯하게 느껴졌다. 우산을 펼치려는데 시끄러운 대중가요와 사람들의 목소리 사이를 뚫고 청아한 물결처럼 ‘띵동~’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리운전 기사와 성사(聖事)의 소리> 중에서
30대로 후반으로 보이는 아들은 몸이 불편한지 늘 휠체어에 앉아 있다. 마치 날지 못하는 새가 하늘을 동경(憧憬)하고 있는 것만 같다. (…) 어머니가 유독 활짝 웃는 순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들이 어머니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오므리는 순간, 어머니는 아들을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첫 음절은 잘 듣지 못했으나 세번째 음절을 통해 전체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니'라는 음절이 들렸다. 그는 분명 "어~머~니"라고 띄엄띄엄 말했다. (…) 모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얼마 전 한 방송사의 다큐프로그램에서 본 남극 펭귄 모자와 어딘지 닮아 있었다. ---<우리 인생의 첫 행운> 중에서
40살을 목전에 둔 어느 날 그녀에게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연락이 왔다. 후쿠오카의 한 지하철역에서 노선도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는데, 굵은 목소리의 한 남자가 다가와 영어로 물었다고 한다. (…) 결혼식이 있던 날 S는 내게 다시 한 번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줬다. 호텔 안내판을 보고 나서, 난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안내판엔 이렇게 씌여져 있었다. ‘신랑 이00와 신부 김00의 결혼식은 취소되었습니다.’ 헤어졌던 연하남과의 인연이 우연(偶然)에서 필연(必然)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언젠가 S는 그 남자를 처음 본 순간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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