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전통이라는 단어가 매우 어색하게 보이는 것은 한국의 디자인이 얼마나 왜곡된 모습으로 커왔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전통이란 단어를 고색창연함이 아니라 고리타분하게 느끼는 언어의 사회적 위상도 그렇게 만든 원인자이긴 하지만 디자인이라고 하면 무조건 세련되고, 새롭고 첨단을 걸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언어의 세속성도 큰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단어 밑에 깔린 이런 사회적 이분법들은 어렵게 지나온 우리 현대사의 과정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전통과의 결별을 통해서만 현대문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우리의 불행했던 과거는, 디자인이라는 현대적 활동들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전통의 흔적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격앙된 시각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그간 전통과 멀면 멀수록 디자인이 좋아진다라는 희한한 종교적 신념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디자인들은 국제화라는 미명하에 무균질의 펑퍼짐한 디자인 흐름을 주류로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상업적 성공이라는 세속적이면서도 실체를 알 수 없는 슬로건이 가치로 행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만큼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인지, 그만큼 상업적 성공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한국의 디자인계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례들이 오히려 세계 디자인계에서는 잘 보인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알도 로시의 커피 메이커 ‘큐폴라’가 그렇다. 큐폴라는 중세 서양의 교회에 덮이는 둥근 반구형의 지붕을 일컸는 말이다. 서양 특히,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15세기에나 빛을 발했던 건축의 스타일이 뜬금없이 커피 메이커에 적용된 것이다. 우리로 치면 곡선의 기와 지붕을 차 주전자에 응용한 격이랄까? 하지만 알도 로시를 비롯한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은 우리와는 달리 전통을 이렇게 현대 디자인에 적용하는 데에 아무런 마찰이나 저항이 없다. 아니 오히려 자기네들의 전통을 현대 디자인의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커피 메이커면 커피만 잘 만들게 디자인되면 될 것이지만, 돔을 가진 이 커피 메이커는 알도 로시라는 디자이너의 명성과 더불어 주전자를 닮은 그저 그런 커피 메이커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문화를 머리에 이고 있는 특별한 물건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일반 상품이 가지고 있는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으며, 덕분에 제조업체에 세계적인 경쟁력과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게다가 디자인 역사에 길이 남을 문제작으로 길이 남게 되었다. 전통을 통해 이 조그마한 알미늄 덩어리는 실로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막대한 것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전통이란 디자인이 발전하는 데에 대한 걸림돌이기는 커녕,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홍보해야 할 주요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사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디자인에는 전통이란 가치가 스며들 공간이 모세혈관 만큼이나 좁다. 역사가 가지는 영향력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참으로 질기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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