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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l Architecture/주거시설

Reflex :: 아르키움 2004, 김인철

 

Reflex, 2004

김옥길 기념관 옆에 있다. 김옥길 기념관이 주변과의 맥락을 소홀히 했다는 '김수근 문화상' 의 평이 아니어도 5년을 사이로 연속된 작업을 함에 있어 나의 작업이 맥락으로 작용하는 일은 새로운 경험이다. 맥락을 연속성으로 해석한다면 콘크리트의 노출은 쉽게 선택된다. 규모차이는 표피의 질감으로 균형을 이루게 한다. 주거공간의 표정을 빛만 받아들이는 플라스틱으로 가려 드러나지 않게 한다. 김옥길 기념관의 축과 충돌을 피하려면 뒤로 물러나야 하지만 대지는 여유가 없다. 김옥길기념관을 단이 지도록 한 길의 각도가 해답을 준다. 비스듬한 각도로 비스듬하게 오르는 길은 확연하게 의식되지 않지만 주변 질서에 섬세히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분절로 대응한 김옥길 기념관보다 크고 높으므로 같은 반복은 하고 싶지 않다. 땅이 제시하는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길의 빗각을 공간의 모티브로 삼는다. 직각의 익숙해진 감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미묘한 각도는 펼 수도 꺾을 수도 없다. 빗그어지는 선들이 면이 되고 벽이 되었다. 높이의 제한도 그만큼의 각도로 받아낸다. 제약을 제안으로 삼아 공간을 만드는 것은 마치 조건반사와 같은 방법이지만 더도 덜도 아닌 것을 만드는 일임이 부념ㅇ하다. 주인의 주거와 임대공간들을 연결하는 동선은 몸채로부터 떨어져 나와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사이를 만들고 모호한 방향을 만든다. 에셔의 계단처럼 시작과 끝이 없는 관념의 것은 아니지만 그로부터 얻어내려는 것은 각각의 공간을 연결하는 기능 이상의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계속 오르면 내려와 있고, 내려가다 보면 어느순간 올라와 있는 계단들, 에셔의 판화에 등장하는 불확정적이고 모순적인 무한순환의 공간은 현실의 건축어법에는 적용될 수 없다. 그러나 잠시 중력의 선입견을 잊고 이 건무릥 미로 같은 외부 계단을 걸어본다면 우리는 어느새 에셔의 판화에서처럼 계단에 아래면에 거꾸로 선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글 / 김인철

사진 : mr.FUNdamental